|
[신질서 21호] 부르주아의회에 대당하는 노동자권력 : 노동자평의회
◆ 학사정연 09-07-29 | VIEW : 32
부르주아의회에 대당하는 노동자권력 : 노동자평의회
노동조합의 개량주의, 관료주의에 막힌 계급투쟁
남한의 노동조합 운동은 서유럽과는 다르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장에 기반한 활동가 층과 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노조를 아래에서부터 만들어갔으며, 지도부가 평조합원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기에 독단적으로 평조합원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노조 지도부가 현장과 괴리된 채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는 동안, 남한의 지도부는 현장에서 평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되었고 또 평조합원들과 함께 싸움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남한 노조운동의 강점은 97년 IMF를 기점으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들의 지도부가 점차 평조합원, 현장 활동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계급투쟁보다는 정권· 사측과의 계급화해를 선호하고,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을 오히려 가로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경제위기에 의해 자본가계급이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노조 지도부는 과거에 존재했던 자신들의 급진성마저 잃고 계급 후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이러한 노조운동 후퇴의 전형이다. 쌍용차 연대총파업이 제기되었지만 위원장은 “가능하겠느냐?”라는 의심에 찬 발언을 했고 총파업 계획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격하되었다.
그런데 사실 개량주의, 관료주의는 노조운동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노조운동은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를 외치지 않고 자본주의 내에서 자본가계급으로부터 일종의 양보들, 예컨대 임금 단체협상, 노동조건 개선 등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때때로, 주로 호황기에 자본주의 내의 노동자 처지개선 투쟁이 계급의식을 성장시키는 주요한 투쟁들이 되지만, 불황-공황의 시기에 이러한 투쟁은 노조관료와 사측대표, 정부의 3인의 밀실협의로 그 시작과 끝이 결정됨을 쉽게 알 수 있다. 1980년대의 영국이 그랬고 가깝게는 IMF 위기의 남한이 그랬다.
부르주아의회의 ‘계급성’을 봐야한다
이는 의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회의 계급적 성격은 ‘부르주아적’이다. 그것은 의회가 기반하고 있는 법률의 측면(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법률은 자본가의 사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다.), 노동자들의 단일한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없는 지역 중심의 선거형태(생산현장이 아니라), 그리고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과 자본가와의 관계(막대한 선거비용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봐도 그렇다.
부르주아의회 내에서 활동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어떠한가?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변혁지향과 역동성을 의회체제 내에 가두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4년에 한 번 있는 의회선거에서 자신들을 뽑아줄 것을 호소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민주당과 함께 하는 ‘진보대연합’을 운운하고 있다.
이러한 ‘인민전선’ 전략으로 인해 계급 간의 피할 수 없는 적대와 투쟁이라는 구도는 흐려지고, 소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자리 잡힌다. (이것은 부르주아의회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소수 족벌재벌, 타락한 정치인, 친일파 대 노동자, 민중, 중소자본가, ‘민주주의자’의 구도가 성립된다. 그러나 사실은 수많은 노동자투쟁이 대자본가보다도 중소자본가에 대항하여 이루어진다는 점, 민주당과 같은 소위 ‘민주주의자’들이 한미FTA, 지금의 비정규직 확대를 부르는 악법, 용산참사를 부른 재개발 법을 통과시켰던 장본인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인민전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진보정당이 사용하려드는 인민전선 뿐 아니라, 부르주아의회는 계급적대의 본질을 흐릴 수밖에 없다. 계급 간에 존재하는 거대한 심연인 경제적 불평등은, ‘법 앞에의 자유’, ‘보통선거’라는 구호 아래 ‘정치적 평등’으로 가려진다. 사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거나, 1인 1표이기에 평등하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들로 계급화해는 조용히 이루어진다. 그리고 화해의 결과는 노동자민중의 착취, 억압, 빈곤이다.
▲ 노동자· 농민· 병사 평의회의 모습. 평의회는 부르주아의회에 대당하는 노동자권력의 핵심이다.
무장한 노동자 권력, 노동자평의회
‘노동자평의회’는 이러한 갖가지 한계를 가진 부르주아의회를 대체하고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노동자권력이다. 러시아에서는 ‘소비에트’라고 불리던 이 노동자평의회는 자본에 대항하는 투쟁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대중적인 투쟁기구이다. 각 공장에서 자신의 동료 중 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에 대표자와 대중의 거리는 굉장히 가깝다. 또한 비교적 짧은 임기를 통해 대표자들이 대중과 떨어져 관료화되는 것을 막고, 언제든지 소환을 통해 대표자를 해임시킬 수도 있는 민주적 기구이다. 따라서 노동자평의회는 사회주의 사회의 ‘노동자권력’기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혁명기에 지배세력에게 힘없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발적인 무장을 한다. 1917년 이중권력기에, 소수의 부르주아를 대변하던 케렌스키 임시정부는 군과 경찰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형성되었던 노동자권력을 해치지 못했다.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한 계급이 권력관계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하는 이중권력기를 대비하고 이후 혁명적 상황을 기다리기 위해, 노동자평의회가 스스로를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평의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 : 평조합원 운동
부르주아의회를 대체하고 사회주의국가의 기초로 나아가는 기구인 노동자평의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노동자평의회의 건설은 기존의 조합주의, 단사 내에서의 노동조건 개선에 갇힌 노조운동에서 벗어나 전 계급적인, 국제주의적 관점에서의 변혁을 지향하는 계급투쟁으로 나아갈 때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관료주의적, 개량주의적인 노조 지도부의 영향력에서 탈피해 전혀 다른 성격의 지향과 조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평조합원 운동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남한의 노동운동의 역사는 관료주의, 조합주의와는 무관한 평조합원 운동과 유사한 공통점들을 지닌다. 상당한 전투성을 지녔고 또한 변혁성을 추구했다. 이제 이러한 남한 노동운동의 전통은 이제 사회주의적 관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재구축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노동자평의회가 혁명기에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평의회가 계급의식을 가진 상당수의 노동자를 조건으로 한다면 그 상당수의 의식적 노동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평조합원 운동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평조합원 운동이 곳곳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활동과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이것은 사회주의자의 임무이다.
노동자평의회과 당, 어느 것 하나가 아니라 둘 다!
1905년, 볼셰비키들이 노동자평의회의 등장을 보고 그것을 배격하며 오직 ‘당’만이 혁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레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자대표 소비에트냐 당이냐? 나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따라서 결론은 틀림없이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노동자대표 소비에트와 당 모두.”
노동자평의회와 당은 모두 사회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이다. 노동자평의회는 ‘노동자계급의 조직’이다. 따라서 노동자평의회는 가장 광범위한 노동자들의 생각과 의지를 반영하고 그것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다. ‘직접적인 대중투쟁기관’인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생각과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 ‘계급의식’을 반영하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의식은 균등하지 않고 천차만별이다. 노동자평의회는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내재하고 있다. 혁명적 분위기가 없는 시기에는 대체로 그러한데, 그것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강력함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계급적대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깨닫게 하는 데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당은 ‘노동자계급 속의 조직’이자, ‘노동자계급 중 선진부위의 조직’이다. 당은 혁명을 지도하는 조직이고 이들은 노동자들 중에서도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노동자평의회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면서 노동자들을 혁명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투쟁에 목적의식적인 계획들을 제공함으로 대중들이 종종 저지르는 오류 없이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동시에 개량주의· 중도주의 지도부를 대체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말해야 한다. 노동자평의회와 당 모두! 그리고 남한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평의회의 기초가 될 평조합원 운동을 조직하는 것을 임무로 삼아야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