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맑스사상연구소

처음으로  I  공지사항   I  자유게시판 I  회원게시판  I  자료실  I  세미나공간  I  인터넷 주간신문 "사회변혁" I 정세 칼럼/자료실  I  연구원마당  I  추천도서


로그인  회원가입 Category : Category

[임채희의 시] 늦은 밤길을 걸으며
임채희  2011-01-19 15:32:28, 조회 : 1,540, 추천 : 385
- Download #1 : 임채희의_시_늦은_밤길을_걸으며_2011.01.08.hwp..hwp (0 Byte), Download : 23

 

[임채희의 시] 늦은 밤길을 걸으며 

 2011.01.12 17:56 | 

늦은  밤길을  걸으며


차가운 1월의 동대문 거리

어느 화장실

노숙인인지 술취한 사람인지

추위에 떨며

남자 화장실 쓰레기 통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고 잠을 청한다.

예민한 귀는 자꾸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고

갈 길 잃은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다.


늦은 시간이라

후다닥 거리로 나와

차가운 밤을 가르는 자동차 소리에

주변의 야간 노점상들, 등불 아래

옹기 종기 모여앉아

말씀으로 몸을 녹이고 있다.


다시 거리를 걷다가

청계천 버들 다리를 건너려

빨간 신호등 아래 섰는데

맞은편 신호등 아래

두 개의 이불을 가슴에 안고

서있는 노숙인 차림의 아저씨

어디론가 가려는지

온 몸을 움추리고

얼굴엔 노숙 생활의 거친 모습

그의 얼굴에 어린 심대한 추위와 굶주림


또 늦은 밤길을 걷는다.

오늘 밤 따라 눈은 내리지 않지만,

그 매서운 추위는 얼어붙은 가슴에

분노처럼

관대처럼

한 푼이라도 주어

아니 오늘 밤만이라도

그들이 편히 잠잘 수 있게 하고픈

열망에 정신을 가다듬고

거리를 걸어간다.


그런데 저기 먼 곳에

또 한 사람의 노숙인 차림의 사나이

고개를 떨구고

온 몸을 떨면서

얼굴엔 새파란 추위가 묻어난다 .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늦은 밤

집을 잃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갈 곳은 여전히 거리 뿐인가.


더 걸어가면서

해방을 생각한다.

원한과  증오와 분노로 가득찬

세상살이

그만 종식시킬 길을 찾아

더 밤길을 걷다,

앞이 깜깜한 밤길 너머

아니 우리의 미래

새벽을 향한 길을 걸어가

해방의 순간만을 생각하며

밤새 뒤척이고

또 한번의 고뇌에 빠진다.

그래, 이곳 저곳 역전에서 본

그 노숙인들처럼 

오늘 본 그들도

어딘가에서 하루 밤을 쉬겠지

죽지 않으면 그러하겠지


오늘 밤 거리를 거닐며

잠시 묵상에 잠긴다.


2011년 1월 8일(토) 아침


임채희 



  추천하기   목록보기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맑스사상연구소]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41-14 지하 우: 130-867    회원가입   I    운영자에게   I   추천링크  

   후원기금 입금계좌  예금주 : 김형원  우리 은행 1002-431-405732       mgj316@naver.com  TEL) 02-959-0426    011-9450-0416 (문국진)    

찾아 오시는 길: 1호선 청량리역 3번 출구 직진하여 5분 거리 서울성심병원 왼쪽 길로 10미터 영운슈퍼에서 우회전 오른 쪽에 위치

NO COPYRIGHT! JUST COPYLEFT!  이 홈페이지의 내용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