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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희

최종범

2013/12/23

최종범

배고파 못살았다,

하루하루 일하면

점점 더 가난해지는,

노동빈곤에 시달리며

왜 그렇게 사는 것이 힘드는지,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형에게 하소연하며

울면서, 사랑하는 식구들 편히 살게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늦은 밤까지 노동하며

뼈에 사무치는 일과에

동료들과 늦은 저녁,

술 한 잔에 회포를 풀며

노조 건설에 기쁨에 넘친 것도 잠시

사측의 압박,

일감을 빼앗아가고

감사에 시말서에 시달리고

갈수록 힘들어지는 현장 탄압,

민원에 시달리며

좋은 평가 받기 위해

죽도록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극한적 궁핍,

참고참고

내 별이를 위해

새 인생 산다고 다짐한

그런 세월도 잠시

너무나 비참한 모욕,

센터 사장의 욕설과 굴욕,

너무나 심한 압박에

그냥 죽고 싶다,

배고파 못살겠다,

지독한 욕설과 핍박,

이렇게 살아 무엇 하나,

일감도 없고

식구도 걱정 돼 망설이다,

이제 그만 살자,

전태일 선배처럼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죽어불자,

내 사랑하는 별이를 놔두고

이 땅 하직한다,

내 자존심 다 짓밟는,

민원과 센터사장의 모욕,

내 사랑 별이를 위해

살겠다는 다짐도 이젠 그만,

내 사랑하는 동료들,

이제 안녕,

내 투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렇게 다짐한 순간,

나는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다,

배고파 죽겠다,

하루하루 일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노동빈곤이 무엇인지

다 알아채지도 못한 채

스스로 이땅에서

조그만 몸뚱이라도

내 주변에, 내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별이와 아내에게

잘 살아다오,

내 이제 이승 하직하니,

행복하게 살아다오,

나 전태일 선배님처럼 되진 못해도

이땅 가난한 노동자들의 작은

길잡이가 되게 해주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내 사랑하는 동료들이여,

내 사랑 별이와 아내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

보게 해주오,

나 이제 그만 갑니다,

이땅에 노동자들의 좋은 세상,

반드시 오게 해주오,

나는 이제 이승 하직 합니다,

얼마나 마음의 고통과 고난이 심했는지,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모욕과 굴욕을 참느니,

그냥 이만쯤 죽습니다,

노조가 나서서

제 하소연을 풀어주세요.

지독한 사측의 압박에,

온갖 모욕과 비참에

더 이상 참지 못하겠습니다,

하루하루 일해도

더욱더 가난해지는

이 처참한 노동자의 고통에,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내 사랑하는 별이도 남기고

내 사랑하는 아내도 남기고

내 사랑하는 동료들도 남기고

나 먼저 갑니다.

사랑하는 노동자들이여

내 죽음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여주오.

사랑합니다.

이제 그만 하직합니다.

노동해방, 꼭 오게 해주세요.

내 작은 몸뚱이

당신들에게 바칩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제 그만 하직 합니다.

2013. 12. 17(화) 저녁 9시

서울도시철도 노조 시청농성장

임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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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노동자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임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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